결렬은 종결이 아니다
외교 협상에서 "결렬"이라는 표현은 흔히 두 가지 중 하나를 의미한다. (1) 진짜 결렬, (2) 다음 라운드를 위한 카드 정리. 이번 사례는 (2)에 가깝다. 협상 의제 7개 중 4개에서는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고, 나머지 3개(반도체 장비 수출, 핵심광물 수출세, 전기차 보조금)에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뿐이다.
시장이 "결렬"을 듣고 매도세로 반응했지만, 협상 실무진은 6월 재개를 이미 일정에 올려뒀다. 표면적 결렬과 실질적 진행 사이의 간극이 이번 사건의 진짜 행간이다.
한국이 직접 영향을 받는 3가지
한국 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다음 3가지다. 첫째,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 일본·네덜란드와 함께 한국에도 압박이 들어올 수 있다. 둘째, 핵심광물(리튬·코발트) 가격 — 중국이 수출세를 인상하면 한국 이차전지 원가가 뛴다. 셋째, 전기차 보조금 —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경쟁력이 영향받는다.
이 셋 모두 협상의 "결렬" 영역이다. 즉, 향후 6개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두 강대국 사이의 미해결 영역에 노출된 채 운영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국의 통상 정책이 미·중 협상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러나 행간이 묻는 질문은 다른 결이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가 능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변수는 무엇인가. 한·EU·일 3자 협력? 인도·아세안 공급망 다각화? 한·중 우회 합의?
결렬을 보고 두려워하는 일과 결렬 속의 공간을 보는 일은 다르다. 첫 줄의 "결렬"을 우리 자신의 첫 줄로 받아들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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