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은 말보다 정직하다
정부의 어떤 보도자료보다 예산서가 더 정직하다. 말은 의도를 말하지만, 예산은 결심을 말한다. 800조 4,000억원의 2026년 예산안에서 우리는 정부의 우선순위를 가장 직설적으로 읽을 수 있다.
8개 핵심 항목을 보자. 복지(254조, +5.4%), 교육(110조, +3.1%), 국방(63조, +5.8%), R&D(31조, +12.7%), SOC(28조, +8.4%), 외교통일(8조, +2.0%), 기후·환경(15조, +21.4%), 디지털·AI(11조, +18.6%).
증가율이 보여주는 것
절대액보다 증가율이 더 많은 것을 말한다. 기후·환경(+21.4%)와 디지털·AI(+18.6%)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이 분야가 정부의 "다음 5년 베팅"임을 의미한다. R&D(+12.7%)도 그 뒤를 받친다.
반대로 외교통일(+2.0%)은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명목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액이다. 한반도 외교가 정부 우선순위에서 한 칸 내려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복지 254조의 내부 구성
복지 예산이 늘어났다는 헤드라인은 매년 같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다. 노인복지 +8.2%, 아동·청소년 +1.4%, 청년 +0.8%. 인구 구조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분배다.
이는 옳은가, 그른가. 행간은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묻는다. 우리는 어느 세대의 미래에 어떤 가중치를 두는 사회인가. 800조의 분배는 그 질문에 정부가 내놓은 한 해의 답이다. 이 답을 읽고, 우리는 자신의 답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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