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이 사라진 마을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은 한때 광부 만 명이 살던 광산촌이었다.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광산이 닫혔다. 4년 만에 인구는 4분의 1로 줄었다. 학교가 닫히고, 가게가 닫히고, 마을이 빈 그릇이 됐다.
그러나 마을은 사라지지 않았다. 떠나지 못한 이들, 고향이라 떠날 수 없는 이들이 남았다. 약 2,400명. 그들이 23년에 걸쳐 마을을 다시 만들었다.
"우리 손으로"라는 원칙
철암동의 부활을 이끈 것은 외부 자본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이었다. 2003년 7명으로 시작한 "철암문화협동조합"은 지금 조합원이 320명이다. 카페, 책방, 예술공간, 마을여행 프로그램 — 모두 마을 사람들이 직접 운영한다.
"외부에서 누군가 와서 우리 마을을 살려준다는 건 환상이에요. 우리가 만들어야 우리 것이 됩니다." 협동조합 이사장 박 모(64)씨의 말이다. 23년의 회복은 그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작은 마을의 큰 메시지
철암동 인구는 여전히 2,500명을 넘지 않는다. 1980년대의 화려함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을에는 책방이 두 곳, 카페가 다섯 곳, 작은 미술관이 한 곳, 마을 여행 프로그램이 연 4,200명을 받는다.
"행간"이 본 철암동은 한국의 다른 폐광촌·폐공업지역에 대한 매뉴얼이다. 산업이 떠나도 사람은 남는다. 사람이 남으면 마을이 남는다. 마을이 남으면, 새로운 산업이 그 마을을 다시 발견한다. 회복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23년의 인내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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