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세기 영국,
사냥개들을 따돌리기 위해 범죄자들은
냄새가 지독한 붉은 청어를 도망가는 길목에 놓았다.

이성을 가진 사람 눈에는
산속 길바닥에 뜬금없는 생선이 이상하지만,
후각에 의존하는 사냥개들에게,
이 강렬하고 생뚱맞은 비린내는
완벽한 교란이 된다.

이후 붉은 청어(레드헤링)는 논리학과 정치학에서
본질을 흐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던져 넣는
엉뚱하고 자극적인 화제를 뜻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뜬금없이 음모론이 제기된다.
관련된 모든 이들이 부인하고,
객관적인 결론이 내려진 사안임에도
아주 지엽적이고 생뚱맞은 디테일을 붙잡는다.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그 기이한 억지는 치밀하게 계산된 붉은 청어이다.
진실의 무게가 자신에게 너무 불리하여
정공법으로는 본진을 방어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논리적 해명을 포기하는 대신
판 자체를 진흙탕으로 만드는 전략을 택한다.

자극적인 생선을 길바닥에 던져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상대방이 "그 생선은 가짜야!" 라고
해명하고 반박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선의 존재 유무를 두고 옥신각신하며
에너지를 쏟는 그 순간,
원래 쫓아야 할 진실의 발자국은 흐릿해지고
그들은 가장 절박하게 필요했던 시간을 벌게 된다.
때로는 가장 비논리적인 억지가,
절벽 끝 범죄자들에겐 가장 고도화된 방어 전술이 된다.

비단 이런일은 드라마속 세상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그래서 세상의 숱한 진흙탕 싸움 속에서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명심해야 한다.

누군가 갑자기 길바닥에 생선을 던졌을 때,
그 비린내에 코를 킁킁거리며 분석할 것이 아니라,
저들이 지금 이 생선을 던지면서까지
감추려고 하는 진짜 냄새는 무엇인가를
똑바로 응시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