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에 들어서면 비어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작품이 안 보인다. 흰 공간, 자연광,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단 하나의 작은 종. 종은 30분에 한 번 울린다.

"많이 보여주는 것이 강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큐레이터 김지현의 말이다. "한국 미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 많이 외칠수록 우리 자리가 좁아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비웠죠."

비움의 정치학

한국관이 비어 있다는 것은 비유가 아니다. 실제로 80%의 공간이 비어 있다. 작품은 5점뿐. 영상 2점, 설치 2점, 사운드 1점. 모두 작은 규모다. 관람객은 평균 47분간 머문다 — 다른 국가관 평균 12분의 4배다.

"오래 머무는 것이 깊이 보는 일은 아니에요. 그러나 비어 있는 공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보게 돼요. 그게 우리가 원하는 거였어요." 김 큐레이터의 말이다.

보여주지 않는 용기

글로벌 미술 시장이 점점 화려해지는 시기에 한국관이 비웠다는 결정은 정치적이기까지 하다.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는 압력 — 후원자, 기관, 평론가의 — 가운데 한국관은 반대로 갔다.

"여백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가장 노력해서 비우는 일이에요." 한국관의 도록 첫 페이지에 적힌 문장이다. "행간"이 봤던 한국관은 한국 문화의 또 다른 자기 정체를 그리고 있었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

비어 있는 공간이 시끄러운 사회에 가장 큰 메시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