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기계가 더 잘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
계산은 기계가 더 잘한다. 정보 검색은 기계가 더 잘한다. 텍스트 요약, 번역, 코드 작성, 이미지 생성, 음악 작곡 —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기계가 더 잘한다.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 잘못된 길로 빠진다. 하나는 부정 — "AI는 진짜로 잘하는 게 아니다"는 변호. 다른 하나는 항복 — "AI가 다 할 거니 우리는 무력하다"는 체념. 두 길 모두 실제 변화에 답을 주지 않는다.
인류 역사에서 "잘함"의 자리는 늘 이동했다. 손으로 직조하던 시대에 직조의 정밀함은 인간의 자존심이었다. 기계가 그것을 가져간 후, 인간은 디자인과 패턴에서 새로운 잘함을 찾았다. 컴퓨터가 계산을 가져간 후, 인간은 문제 정의에서 새로운 잘함을 찾았다.
AI가 답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에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답이 아닌 질문을 만드는 자리다. AI는 잘 정의된 문제는 인간보다 빨리 풀지만, 무엇을 문제로 정의할지는 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가치의 영역이고, 가치는 아직 인간의 일이다.
인간다움을 능력으로 정의하면 우리는 매년 진다. 기계는 매년 더 빨라지고,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다움을 관계로 정의하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신뢰의 관계, 약속의 관계, 동행의 관계. 이 영역에서 인간은 다른 인간만이 채울 수 있다.
환자가 임종 앞에서 듣고 싶은 말은 가장 정확한 진단이 아니다. "옆에 있을게요"라는 한마디다. 학생이 좋은 선생에게 배우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정보 전달이 아니다. "나도 너의 자리에 있어 봤다"는 인생의 경험이다. AI는 정보를 줄 수 있어도 그 자리에 있어주지는 못한다.
"행간"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AI 시대에 지킬 것은 능력이 아니다. 옆에 있어주는 일이다. 그것이 인간다움의 가장 정직한 정의일 수 있다.
기계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