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
의사록 14쪽에 두 번 등장한 단어가 다음 분기를 바꾼다
"동결"은 한 가지 결정이 아니다. 시장이 읽어야 할 것은 동결의 표면이 아니라 그 종류다. (1) 인하를 미룬 동결, (2) 인상을 미룬 동결, (3) 정말 관망의 동결. 이번 결정은 시장이 (1)로 읽었지만, 의사록은 (2)에 가깝다.
의사록에서 "주거비 상승의 끈질김(persistence of housing cost inflation)"이라는 표현이 두 번 등장했다. 한 번은 본문, 한 번은 이창용 총재의 직접 발언으로. 이 단어가 두 번 등장한 의사록은 지난 18개월간 처음이다.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모델에서 주거비는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임금이나 환율은 통화정책으로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지만, 주거비는 공급 측 요인이 압도적이다. 그런데도 의사록이 이 단어를 두 번 강조했다는 것은, 통화정책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마지막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튈 경우 한은은 인하가 아닌 인상으로 대응할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시장의 기대(연내 2회 인하)와 정반대 신호다.
4월 25일 코스피는 0.8% 상승, 채권금리는 2bp 하락했다. 시장은 동결을 비둘기파적 신호로 읽었다. 그러나 의사록은 매파적 신호를 보냈다. 어느 쪽이 맞는가.
6주 뒤 5월 의사록을 같은 방식으로 읽어야 한다. 행간이 권하는 것은 단순하다. 첫 줄의 "동결"이 아니라 14쪽의 "끈질김"을 보는 것. 정책의 결정은 항상 마지막 페이지에 숨어 있다.
동결은 결정이 아니라 다음 결정을 위한 자세다. 자세를 읽지 않으면 결정을 놓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