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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산책 — 골목이 사라지는 도시는 무엇을 잃는가

재개발이 지운 8개 골목, 그곳에 살았던 시간의 결

홍정민 · 2026.04.19 15:43 · 조회 5,628
골목은 사라진다. 도시 계획서에서, 지도에서, 그리고 결국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 골목이 가져간 것은 길만이 아니다.

도시는 골목으로 만들어진다

도시 계획에서 "골목"은 비효율의 상징처럼 다뤄진다. 좁다, 차가 못 들어간다, 위생이 어렵다, 화재에 취약하다 — 모두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의 재개발은 골목을 가장 먼저 지운다. 직선의 도로, 격자의 블록, 균질한 아파트.

그러나 골목이 가진 것이 비효율만은 아니다. 골목은 도시의 속도를 늦춘다. 산책의 속도, 인사의 속도, 우연한 만남의 속도. 한 시민의 하루에서 골목이 차지하는 시간은 짧지만, 그 시간이 도시를 사람의 도시로 만든다.

8개의 사라진 골목

"행간"은 서울에서 최근 5년 사이 사라진 8개의 대표 골목을 추적했다. 종로 익선동의 두 곳, 마포 망원동의 한 곳, 영등포의 두 곳, 강북의 두 곳, 그리고 종로 통인동의 한 곳. 평균 폭 3.2m, 길이 80-200m, 양옆에는 작은 가게와 주거가 섞여 있던 골목들이다.

재개발 후 그 자리에는 35층 아파트와 8m 도로가 들어섰다. 지도는 정돈됐고, 차로는 시원해졌고, 부동산 가격은 올랐다. 그러나 그 골목에서 매주 인사하던 빵집 아주머니, 30년 단골 슈퍼, 옆집 할아버지의 화분 — 이 모두가 사라졌다. 어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손실이다.

효율이 가장 비싼 비용일 때

재개발은 효율의 이름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골목이 만든 시간의 결, 사람의 결, 동네의 결을 함께 계산하면 그 효율은 종종 가장 비싼 비용이 된다. 우리가 잃은 것은 길이 아니라 도시의 인간성이다.

"행간"이 도시 정책에 묻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재개발의 효율 계산서에 골목의 문화·관계 비용은 들어가 있는가. 그것이 들어가지 않는 한, 우리는 매년 효율의 이름으로 도시를 비-도시로 만들고 있다.

골목이 사라진다는 것은 도시에서 천천히 걷는 시간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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