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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의 역설적 부활 — 책이 안 팔리는 시대의 책방

서울에만 47곳의 독립서점이 새로 열렸다. 그들이 파는 것은 책이 아니다

홍정민 · 2026.04.22 09:58 · 조회 7,826
출판 시장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도 독립서점은 늘어나고 있다. 이 역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47곳이라는 숫자

2025년 서울에 새로 문을 연 독립서점은 47곳이다. 그 전 해는 38곳, 그 전 해는 29곳. 출판 시장이 매년 5-7%씩 줄어드는 시대에 서점은 늘고 있다. 산수가 맞지 않는다.

독립서점의 운영자들에게 "어떻게 살아남느냐"고 물으면 답이 비슷하다. "책으로는 못 살아남아요." 카페, 강좌, 글쓰기 모임, 소규모 출판, 굿즈 — 책 외의 모든 것이 서점을 지탱한다. 책은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무대장치다.

책방은 책을 팔지 않는다

"행간"이 만난 한 독립서점 사장 정 모(38)씨의 말. "내가 파는 건 책이 아니라 시간이에요. 사람들이 두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는 자리를 파는 거죠. 책은 그 자리의 알리바이고요."

도시인에게 두 시간을 머물 자리는 점점 비싸다. 카페는 회전율 압박이 있고, 도서관은 너무 공식적이다. 독립서점은 그 사이의 어딘가다. 머물 수 있고, 동시에 머무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자리.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처방

독립서점의 부활은 책의 부활이 아니다. 머무는 자리에 대한 갈증의 부활이다. 끊임없는 알림, 무한 스크롤, 즉각 반응을 요구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은 점점 머물 곳을 잃고 있다.

"행간"이 본 독립서점은 책방이 아니라 작은 피난처다. 1.5평짜리 책상, 옆에 놓인 차 한 잔, 그리고 두 시간 동안 아무도 일어나라고 하지 않는 자리. 이런 공간이 47곳 새로 생겼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가장 정직한 통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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