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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이후 — K-콘텐츠가 놓치고 있는 행간

글로벌 흥행이 만든 그림자, 우리가 자기 이야기를 잃어가는 방식

홍정민 · 2026.04.28 10:11 · 조회 14,614
5년이 지난 지금도 K-콘텐츠는 "오징어게임의 다음"을 찾는다. 그러나 다음을 찾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적이지 않은" K-콘텐츠

2021년 오징어게임 이후 K-콘텐츠는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2024년 이후 한국이 만드는 글로벌 OTT 콘텐츠 중 "한국적 디테일"이 뚜렷한 작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청자가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 줄거리·세팅의 작품이 늘어났다.

제작 단계에서 "글로벌 시장을 의식한다"는 결정이 작품의 세부를 깎아낸다. 한국의 아파트가 아닌 국적 불명의 도시, 한국식 회식이 아닌 일반화된 직장인 모임, 한국어 욕설이 아닌 톤다운된 대사. 글로벌이 우리를 발견한 시기에 우리가 우리를 지우고 있다.

봉준호의 발견 vs 다음 세대의 손실

봉준호는 〈기생충〉이 글로벌 작품이 된 이유로 "가장 한국적인 디테일이 가장 보편적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짜파구리, 반지하, 수석. 이 디테일이 빠졌다면 〈기생충〉은 아카데미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후속 세대는 반대로 가고 있다. "글로벌 통하는 K"를 만드려다 K가 빠진다. 디테일이 빠진 작품은 분명히 글로벌하지만, 동시에 어디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이 된다.

여백을 다시 만드는 일

문화는 디테일에 산다. 한 사람의 일상, 한 도시의 골목, 한 시대의 결. 이 디테일을 그릴 여백이 사라지는 순간 콘텐츠는 같은 모양이 된다. K-콘텐츠가 진짜로 위태로운 것은 흥행 부진이 아니라 "왜 한국에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없어지는 일이다.

"행간"이 보고 싶은 K-콘텐츠는 글로벌 1위가 아니다. 한국의 어떤 디테일을 그릴 수 있는, 작더라도 자기 자리를 가진 작품이다. 다음 봉준호는 글로벌을 의식하지 않은 자리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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