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강제적으로 건전해지는 중
1953년 출간된 레이 브래드버리 소설 “화씨 451”
소설 속 사회에서 책은 불법이고,
소방관들은 불 대신 책을 불태우기 위해 출동한다.
'화씨 451도'는 종이가 타기 시작하는 온도로,
국가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생각 갖는 것을 두려워했고,
'청결'한 사회를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모든 다른 생각을 잿더미로 만든다.
오류 HTTP 451
이 숫자는 브래드버리의 소설에서 따온 국제 표준으로,
서버에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부나 국가 기관이 법적인 명령을 내려
이 사이트의 문을 걸어 잠갔다는 뜻이다.
물론 소설 속 ‘청결한 사회’ 든
현실속 ‘불법 도박, 마약 거래, 디지털 성범죄물’ 등
사회적 해악이 명백한 것들을 차단하여
시민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이는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어디까지를 '해악'으로 규정하고,
그 결정을 누가 하느냐이다.
한국에서 차단 여부를 결정하는 방심위는
사법부(법원)가 아니라 행정 기관이다.
법원의 엄격한 판결이나 영장 없이
행정 기관의 심의만으로
정보 접근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이 강력한 권력은,
자칫 정치적 목적이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과잉 검열의 위험을 품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사전 필터링'이
정보의 교차 검증 기회를 원천 봉쇄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옳은 정보인지
국가가 미리 결정해 버리는 시스템은,
시민들의 비판적 사고를 기르려는 의지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 중 우리나라는
가장 광범위한 인터넷 차단을 하는 나라이다.
중국처럼 아예 무한 로딩을 시키거나
러시아처럼 비판 언론을 막는
권위주의 국가들보다는 낫지만
닫힌 문은 닫힌 문이다.
우리는 이 에러 코드 뒤에 숨겨진
'완장질'을 경계해야 한다.
‘오류 451'은 단순한 접속 장애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보 자유가
어디쯤 서 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시대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