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좋아요'에 8조 5천억을 태운 사나이

거대 담론 없는 쇼츠의 정치

최정민 · 2026.05.08 18:54 · 조회 4
프랑스 루이 14세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국가 상공업의 핵심을 쥐고 있던 신교도들을 보호하던 낭트 칙령을 폐지해 버렸다. 맘다니 뉴욕 시장은 거대 사모펀드 시타델 CEO 그리핀의 펜트하우스 바로 앞에서 새로운 부유세 홍보영상을 찍었다.

 

1685년.

프랑스 루이 14세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국가 상공업의 핵심을 쥐고 있던 신교도들을 보호하던 낭트 칙령을 폐지해 버렸다.

이에 신변의 위협과 극도의 모욕감을 느낀 신교도 엘리트들은 전 재산과 기술을 싸들고 영국, 네덜란드 등 인근 경쟁국으로 대거 망명했고, 결국 프랑스 경제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흡수한 주변국들은 엄청난 황금기를 맞았다.


2026년.

맘다니 뉴욕 시장은 거대 사모펀드 시타델 CEO 그리핀의 펜트하우스 바로 앞에서 새로운 부유세 홍보영상을 찍었다. 지지자들의 '좋아요'와 환호를 얻기 위해, 거대한 자본가를 대중의 먹잇감으로 던져주며, 특정 개인의 집을 표적 삼아 부자 증세를 외치는 도발적인 영상을 올린것이다.

예상대로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자신의 집이 조롱으로 쓰인 것에 불쾌감을 표출한 그리핀은 뉴욕이 자신들의 성공을 범죄시하고 조롱한다면, 굳이 막대한 세금까지 내가며 그 모욕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시타델을 세금이 없는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다른 월가의 거물들 역시 앞다투어 이 뉴욕 엑소더스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개발 취소된 8조5천억 규모의 시타델 본사 조감도.


역사나 비즈니스나 본질은 무섭도록 똑같다. 자본과 인재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곳에 결코 머물지 않는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정책의 영역이지만, 특정 개인을 저격하여 납세자를 적폐로 몰아세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눈앞의 얄팍한 환호성에 취해 거위의 배를 갈라버린 뉴욕 시장의 가벼운 퍼포먼스는, 결국 수만명의 일자리와 천문학적인 세수 증발이라는 최악의 청구서로 뉴욕 시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가의 세금 정책 자체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수단이 마녀사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정치는 쇼츠의 문법에 갇혀버렸다. 복잡한 경제적 맥락과 파급 효과는 거세된 채, 자극적인 썸네일과 조롱 섞인 선동으로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하며 표심을 긁어모은다. 상대를 깎아내려 내 키를 커보이게 하는 얄팍한 퍼포먼스 속에서, 자본과 권력, 시민이 한 배를 타고 파이를 키워가야 할 동업자 정신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상대를 존중하며 타협점을 찾는 공존의 철학은 실종되고, 오직 내 지지층의 환호성만 챙기겠다는 각자도생의 이기심만 광장에 덩그러니 남았다. 하지만 상대를 악마화하여 얻어낸 달콤하고 자극적인 승리는, 결국 쓰라린 청구서로 돌아올 뿐이다.

혐오를 동력으로 삼는 얄팍한 선동 정치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남길 것인지, 이제 우리는 그 서늘한 행간을 제대로 읽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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